애드센스


더 문(The Moon, 2009).

더 문
샘 록웰,케빈 스페이시,베네딕트 웡 / 던컨 존스
나의 점수 : ★★★★★

기억은 가짜라도 고통은 진짜다.
20년을 앞서간 영화.
누가 누구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복제된 인간은 인간일까, 기계일까.

별 생각없이 지켜보던 영화가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챈 주인공은
방해전파를 피해 가까스로 딸과 전화를 한다. (사실 복제되기 전의 주인공 딸이다.)
딸은 엄마의 죽음을 알리고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에 슬퍼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슬퍼하는 기억은 주입된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 때문에 생겨나는 고통은 피할 길이 없다.
기억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벅차오르는 슬픔은 막을 길이 없다.

우리의 감정은 기억으로부터 생겨난다.
기억이 가짜라면 그런 감정들도 가짜일까.
기억은 진짜가 아닐지 모르지만 그 감정들은 진짜다.
피할 도리가 없다.

예전에 본 심리학 책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어릴 때 길을 잃었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주자 그들은 그것을 진짜 기억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꼭 경험했던 것처럼.'

기억은 그런 것이다.

포맷한 디스크처럼 우리는 모든 기억을 포맷한 채로 태어난다.
종종 제대로 포맷되지 않은 이들이나
전생체험을 통한 데이터 복원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포맷되기 전의 상태를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누가 기억을 포맷하였는지는 생각치 않은 채 (사실 알 방도가 없다.)
나머지 생을 자신만의 기억으로 채워간다.

만약 기억을 제공받은 복제인간이라면?
제공받은 기억을 바탕으로 그의 나머지 생은 원본과 다른 기억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태어날 때는 똑같이 생겼지만,
그 이후로는 다르게 살아가는 쌍둥이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일한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동일한 기억만 제공받은 복제인간들끼리는
동일한 존재일 것이다. 그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영화에서 복제인간의 수명은 3년이다.
딸이 15살. 그동안 5명의 복제인간이 폐기되었다.
지구로 돌아간 복제인간은 6번째다.

원래 주인공의 원본은 달에 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달에서의 노역은 오로지 복제인간의 수작업과 기계 거티의 자동화작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노동력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간다.

인간은 고도화된 기술로 복제인간과 기계를 만들어내며 신의 경지에 오른다.

하지만
신이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에게 원죄를 덧씌워 에덴동산을 떠나 노역의 세상으로 쫓아낸 것처럼,
신의 경지에 오른 인간들도 복제인간과 기계들을 지구를 떠나 달로 보내 노예로 부린다.
다르다면 복제인간과 기계들의 원죄는 단지 태어났다는 것이다.

신의 안좋은 모습까지 그대로 닮아가는 오만한 인간의 모습.

이런 때가 온다면,
진정한 인간다움은
주입된 기억이지만 고스란히 아픔을 느끼는 복제인간과
프로그래밍된 명령이지만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아는 기계에게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년 후에는 이 영화에 나온 얘기가 현실화 될 것이다.
미래는 정녕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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