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おくりびと, Departures, 2008). 영화/음악.

근래 본 많은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는 드물다.
눈물까지 흘리게 할 정도의 영화는 더욱 드물다.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로저 에버트의 별 네 개.

영화를 보고 나니 당연한 결과라 여겨졌지만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것 때문에
작품이 가려질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불우한 가정사를 지닌 전직 첼로리스트가 악단이 해체된 후
우연히 - 아니 운명적으로 - 염습사(시체를 닦고 꾸미는 일)가 되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처음에 번민하던 주인공은
한 상갓집에서 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꾼다.

"돌아가신분을 보내드리기 위해 영원한 미를 추구한다.
 그것은 냉정하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상냥하게 이루어진다.
 작별하며 고인을 보내드리는 것,
 고결하며 모든 것들이 숭고한 일 같았다."

배경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염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죽을 수 밖에 없으면서
죽음을 다루는 주인공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예상대로 차갑다.

냄새(시취)가 난다든지, 일다운 일을 하라든지.
마침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기까지 한다.

그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
항상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닥치기 전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 치 앞을 모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하지만 용서를 빌고 싶을 땐
그들은 더이상 세상에 없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잃고 나서야, 비고 나서야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나의 한계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그 때 알도록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삶에 충실해야겠다.
이런 깨달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삶에 대한 해답이 잘 안보일 때
죽음이란 거울을 통해서
해답을 구해볼 것을 추천한다.



+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와
근작 중에는 '선샤인 클리닝'이 떠오른다.

팝콘 무비와 같은 가벼운 영화도 좋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덧글

  • philos 2009/10/21 21:16 # 삭제 답글

    전 무도 봅슬레이 이후 아직 없는데...
  • 키튼 2009/10/22 07:35 #

    무도 봅슬레이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댓글 입력 영역

구글웹로그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