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 삼성을 생각한다. 책.

삼성을 생각한다 - 8점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동네도서관에 신간으로 들어왔길래
빌려와서 단숨에 읽었다.

읽기 전에 다른 경로로 들었던 얘기가 많아서
생각보다는 새로운 맛은 없었다.

하지만 이 얘기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면,
노대통령의 죽음도 떠오르면서 오싹하다.

김용철 변호사는 그의 할 일을 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즐기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즐길 수 없게 된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선은 나부터다.


그 밖에도 박연차 사건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권력층에 발이 넓은 마당발에게 한없이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박연차는 인맥 중독자였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선 인맥부터 찾고 본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지금까지는 잘 통했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인맥을 통하면 해결되는,
후진적인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너도나도 인맥 쌓기 경쟁에만 골몰하게 된다.
차분히 실력을 쌓고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또는 '융통성 없는 사람' 취급 받기 일쑤다.
- P.105~106

이런 결과를 보면 삼성 비리와의 싸움에서 사제단 신부들이 졌다고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사제단 신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분들에게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만이 중요한 문제다. 이기고 지고는 이분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라는 속세의 상식은 이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분들은 종종 "우리는 늘 지는 싸움만 한다"고 말한다.
승리하는 불의보다 패배하는 정의를 택하는 게 이분들이다.
세상이 진실을 외면해도, 하느님은 진실을 알아주리라는 믿음이
사제단 신부들을 '늘 지는 싸움'에 내몬다.
- P.115~116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권해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현명한 것으로 통하고
"손해 보더라도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은 순진한 어리석음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운 아이들이 커가는 일을 차마 지켜볼 자신이 없다.
이건희 일가가 저지른 비리를 세상에 알린 뒤, 늘 했던 생각도 이런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의 비리를 공개해 봤자 소용없다고 이야기했다.
삼성 비리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런 목소리에 "역시나"하고 힘이 실렸다.
이들은 말한다. "정의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라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은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 P.447~448

덧글

  • 릴라 2010/06/21 09:59 # 답글

    인맥중독자...
    무서운 표현이다.
    저도 함 읽어볼게요.
  • 키튼 2010/06/22 17:08 #

    오랜만이에요.
    책은 소문보다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거에요.
    소설 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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