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문제. 메모.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미국 보수진영이 30년 동안 수십 억 달러를 투입해 프레임을 개발하고 헤게모니를 쟁취했다고 한다. 한국 보수진영도 이에는 못미치지만 프레임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지금은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10년',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은 한나라당에게 10년만의 정권 창출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에 비해 진보진영은 아직 미숙하다.

1. 보수진영의 경우 : 날치기와 사회보장예산 삭감

날치기에 대한 기억은 단기적이나, 사회보장예산 삭감의 영향은 장기적이다.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공방은 이상적이나,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현실적이다.

날치기는 보수진영에게는 호재다. 날치기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도덕적 책임공방이 잊혀진 후에도 사회보장예산 삭감 영향은 계속 미칠 것이고 더욱 커질 것이다. 국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진보진영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진보진영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원해야 할 곳은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보수진영의 강력한 공세를 방어하기도 벅찰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체 프레임 개발은 요원하다.

2. 진보진영의 경우 : 무상급식과 체벌금지

한국 진보진영의 '무상급식'과 '체벌금지'라는 프레임은 주목할만 하다.

'무상급식'의 '무상', 즉 '공짜'라는 의미가 사회주의를 연상시킨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아이사랑'이라는 가치에 호소해 성공했다. 오세훈 시장의 '부자급식'이라는 발언도 사회주의를 연상시키기 위한 공격이겠지만, '부자급식'이 '아이사랑'이라는 가치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상급식' 프레임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보다 '형평성'이라는 진보진영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좋은 기회다.

'체벌'은 '엄격한 아버지' 모델을 채택해 순종하는 국민을 만들기 위한 보수진영 최후의 무기다. 보수진영은 국민을 가르치고 훈계해야할 자식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소통에 미숙하기 때문에 말로 하는 훈계는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비효율적이고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체벌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율적이고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보다는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기 때문에 이것도 정착될 것으로 생각한다. '체벌금지' 또한 일방적으로 '명령'하기보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가치에 부합된다. 체벌금지의 미래는 프랑스 영화 '클래스'에서 엿볼 수 있다.

진보진영은 '무상급식'과 '체벌금지' 프레임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면 가랑비에 옷젖듯이 하나하나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유시민이 선점한 '1 vs 1' 프레임이 대세가 될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봤기 때문에 버리기 힘들 것이다. 이 외 진보진영의 가치를 극대화할 '잃어버린 10년'에 버금갈만한 프레임이 필요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 포스터>



<2007년 대통령 선거 포스터>
*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슬로건과 얼굴 외 아무 것도 없는 선거포스터에서 승리를 낙관하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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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12/30 17: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키튼 2010/12/30 17:26 #

    감사합니다.
  • 2010/12/30 19:4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키튼 2010/12/30 22:19 #

    보수진영에서는 위험성을 감지하고 반격이 거셉니다.
    진보진영에서 제대로 인식하기를 기대합니다.
  • 지나가다 2010/12/30 22:05 # 삭제 답글

    한국 진보진영이란게 별 의미가 없는게.
    도덕적으로 전혀 우위에 있지 못한 포퓰리즘 지역정당 민주당을 진보라고 볼 수도 없고,
    종북 민노당을 진보라고 볼 수도 없고,
    민노당에 도로 합병된 진보 신당 정도 진보 세력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은데 이게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게...
    훈계로 따지면 국개론 드립도 만만치 않고,
    순종이 최고 미덕인 기독교 신도 분포가 경상도나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몰려있는것도 아니고.
  • 키튼 2010/12/30 22:37 #

    책을 읽고 현상황을 한 번 살펴본 것입니다. 한국상황을 미국처럼 무자르듯 할 수 없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구도는 말씀하신 것처럼 보수와 진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죠.

    훈계 부분은 말씀하신 것처럼 진보진영의 계몽도 못지 않습니다만, 토론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보수진영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진영은 말 대신 테러를 가하죠.

    미국 보수진영이 '엄격한 부모' 모델로 순종을 미덕으로 삼는 기독교의 하나님을 채택한다는 것도 책에 나옵니다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선 약자의 편에 선 종교인들도 많기에 이 모델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제 진보대통합시민회의가 진보대통합당을 요구하며 발족했는데 내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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