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소크라테스의 변론. 책.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 10점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엮어 옮김/서광사

이 대화편은 B.C.399년 70세의 현인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던 28세의 플라톤이 재구성한 작품이다. 원고의 논고에 이은 피고 소크라테스의 변론, 배심단의 유죄 판결 이후 원고의 사형 제의에 이은 피고 소크라테스의 벌금형 반대 제의, 배심단의 사형 선고에 이은 피고 소크라테스의 최후 진술이 이어진다.

원고의 논고에 이어 소크라테스는 두 부류에 대해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변론한다.

첫 번째 오랫동안 비방과 시기를 통해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테스, 자연철학자, 지혜로운 자라는 선입관을 주입해 온 아리스토파네스(희극 ‘구름’ 참고) 같은 사람들과 그들에게 설득되어 진실과는 관계없이 이런 선입관을 다른 사람에게 퍼뜨린 사람들을 비판한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테스들과는 다르게 누구도 가르치려 하지도 수업료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자연철학자들이 말하는 지혜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변론한다. 그는 자신보다 더 현명한 자는 아무도 없다는 신탁을 받고, 신탁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보다 현명한 자를 찾아나섰으며, 유명한 정치가들, 시인들, 장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면에서 그들 누구보다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두 번째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영적인 것들(daimonia)을 믿는다는 죄목으로 그를 고발한 멜레토스, 아니토스, 리콘에 대해 비판한다. 우선 그들이 지혜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한 앙심으로 자신을 고발했다며 재판의 배경을 밝힌다. 멜레토스는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냐는 질문에 소크라테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라고 답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다수가 아니라 소수일 수 밖에 없다고 멜레토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과 함께 한 젊은이들의 가족 누구도 자신을 고발하지 않았다는 점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식으로도 전혀 신들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말(馬)들이 있는 것을 믿지 않으면서 말들의 일(馬事)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신들을 믿지 않으면서 영적인 것들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도 모순된다고 멜레토스의 주장을 논파한다.

소크라테스는 변론할 때 배심단에 갖은 방법으로 아첨하는 다른 피고들과는 달리 당당하게 진실을 말하는 자신의 태도가 배심단의 적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신이 그에게 부여한 삶의 목표라고 말하며 어떠한 처벌이든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배심단은 유죄 280표, 무죄 220표로 유죄를 판결하고, 원고 측은 사형을 선고할 것을 제의한다. 피고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진실을 말했고 죄가 없으므로 구금형, 추방형 등 어떠한 형벌도 받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지만 결국 배심단 설득을 포기하고 벌금형을 제의한다.

배심단은 사형 360표, 벌금형 140표로 사형을 최종 선고한다.

소크라테스는 유죄 판결한 사람들의 무지함을 애도하고 앞날을 예언한다.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뻔뻔스러움과 몰염치가 부족해서며, 또한 여러분이 듣기에 가장 기분 좋을 그런 것들을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열의가 부족해서”이며, 굴욕적인 아첨을 통해서 무죄를 얻어 살기보다 당당하게 변론하고서 죽는 쪽을 택했기 때문에 후회없다고 말한다. 자신을 죽임으로써 그들의 삶에 대한 귀찮은 심문을 더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제자들에 의해 깨어질 것이며, 바르게 살지 않는 삶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쉬운 벗어남은 남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최대한으로 훌륭해지는 것” 뿐이라고 예언한다.

소크라테스는 무죄 판결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나쁜 일들이 일어날 때 자주 반대하며 알려주던 영적인 것(daimonia)이 재판을 받을 때는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으므로,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일 거라는 믿음을 전한다. 죽음은 두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아무 것도 아닌 것이어서, 아무 감각도 갖지 않을 경우에는 꿈 없는 깊은 잠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 이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면, 미노스, 라다만티스, 아이아코스, 트리프톨레모스, 오르페우스, 무사이오스, 헤시오도스, 호메로스, 팔라메데스, 아이아스, 오디세우스, 시시포스를 만나 지혜를 겨루게 될 것이니 지상에서의 삶보다 더 행복한 일일 것이다. 죽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안다고 생각하는 비난받을 무지와 다름 없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패배 이후 스파르타의 섭정 아래 아테네인들은 삶의 미덕을 추구하는 이상의 구현보다 개인의 생존을 추구하는 현실적 고려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맞는 말이지만 귀에 거슬리는 말을 쏟아내는 소크라테스라는 존재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되었다. 겉으로는 아니토스가 배후조종을 하고 멜레토스가 앞장서서 소크라테스를 제거한 모양새지만, 사실은 아테네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를 제거하기 전에 아테네는 이미 몰락했고 좋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죽음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저 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다시 만나 뒤늦게라도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까, 아니면 지혜로운 자들과 행복한 담소에 빠진 소크라테스를 만나볼 수도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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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2/22 00: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키튼 2011/02/22 17:12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변론할 필요없는 평온한 한 주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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