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의 문과 상아의 문. 메모.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에게 대답했다.
“나그네여! 꿈이란 다루기 어렵고 해명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들에게 모두 그대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라오.
그림자 같은 꿈의 문은 두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로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상아로 만들어졌답니다.
베어낸 상아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이루어지지도 않을 소식을 전해주며 속이지요.
그러나 반들반들 닦은 의 문으로 나오는 꿈들은
누가 그것들을 보든 꼭 실현되지요.
그러나 내 괴기한 꿈이 의 문에서 나온 것 같지가 않아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천병희역, 19권, 560~568행

잠의 문은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진실한 그림자들에게는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출구이다.
다른 하나는 온통 번쩍이는 흰 상아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망령들은 그곳을 통해 거짓 꿈들을 하늘로 올려 보낸다.
그렇게 말하며 앙키세스는 아들과 시뷜라를
그곳까지 바래다주더니 상아 문을 통해 내보냈다.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천병희역, 6권, 893~898행

이 모든 것을 보고 아이네아스는 미래의 인물인 동시대인들과 대화를 나눈 다음, 현세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누구도 이런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단 한 사람만이 예외였는데, 그는 익명의 인물이었습니다. 나는 그 익명의 인물이 진실을 제공했다고 믿습니다. 아이네아스는 로 만든 문이 아닌 상아로 만든 문으로 되돌아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익명의 해설자는 우리가 정말로 현실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베르길리우스에게 진정한 세상은 아마도 플라톤적인 세계, 즉 원형의 세계였을 것입니다. 아이네아스는 상아로 만든 문을 지납니다. 그것은 바로 꿈의 세계, 즉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든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보르헤스, 칠일 밤, 송병선역, P.63~64

보르헤스는 '칠일 밤' 중 두 번째 주제로 '악몽'을 다룬다. 예언적 꿈을 설명하며 '오뒷세이아'와 '아이네이스'를 인용한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눈이 먼 보르헤스는 보았고 눈을 뜬 나는 보지 못했다. 이것이 눈이 밝지 않은 독자가 텍스트를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며, 자만한 학생에게 스승이 필요한 이유다.


P.S. 다른 가설 : 아이네아스가 '상아 문'으로 나오게 된 이유로 '밤의 시간대'를 들고 있다. 베르길리우스 당시 로마에서는 잠에서 깰 때 자정 이전에는 '상아 문'으로 나오고, 자정 이후에는 '뿔의 문'으로 나온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다고 한다. 아이네아스가 자정 이전에 저승을 빠져나왔기 때문에 '상아 문'으로 나왔다고 주장하는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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