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프로타고라스. 책.


58세의 프로타고라스(B.C.490/485?~420/415?)와 37세의 소크라테스(B.C.469~399)가 ‘훌륭함(arete)’에 대해 불꽃 튀는 토론을 펼쳤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함’을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자도 없었다. 서로 토론을 할 뿐이었고 당연히 보수도 받지 않았다. 프로타고라스는 자칭, 타칭 당대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불렸다. 그는 자신의 ‘훌륭함’을 가정경영, 국가경영의 기술을 통해 제자들에게 가르쳤고 많은 보수를 받았다 .

(* 소 : 소크라테스, 프 : 프로타고라스)
소 : 만약 ‘훌륭함’을 가르칠 수 있다면, 훌륭한 페리클레스의 아들들이 아버지만큼 훌륭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 : 피리 연주자를 똑같이 가르치더라도 타고난 자질에 따라 변변찮은 자가 될 수도, 훌륭한 자가 될 수도 있소. 이것과 똑같은 이치요.
소 : ‘훌륭함’이 하나의 것이라면, 앎(지혜), 용기, 절제, 올바름(정의), 경건 등은 그것의 부분인가요?
프 : 얼굴의 귀나 입과 같은 부분들이며, 그들은 서로 같지 않은 덕목들이요.
소 : 경건한 것과 올바른 것이 같지 않다면, 경건한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인가요?
프 : 아니요. 경건한 것은 올바른 것이고, 올바른 것은 경건한 것이요.
소 : 건전한 마음상태인 것(절제)과 지혜로운 것(앎)이 같지 않다면, 절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인가요?
프 : 아니요. 절제하는 것은 지혜로운 것이고, 지혜로운 것은 절제하는 것이요.
소 : 그렇다면 물론 경건한 것이 어리석은 일은 아니겠죠?
프 : 물론이오. 경건한 것은 지혜로운 일이오.

위기에 몰린 프로타고라스가 정색하는 반응을 보이자 제자들 사이에도 소란이 일었다. 프로타고라스는 시모니데스의 시를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려 했으나 소크라테스는 자신만의 뛰어난 시 해석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할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생각으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고 다시 토론이 시작되었다.

소 : 제가 생각하기엔 ‘훌륭함’과 그 덕목들 사이의 관계는 얼굴의 부분이라기 보다는 금덩이의 조각이라는 것이 맞겠군요.
프 : 하지만 용기는 그 네가지(앎, 절제, 올바름, 경건)와는 다르오. 올바르지 못하며 불경하고 무절제하고 무지하지만, 유별나게 용감한 사람들이 있소.
소 : 사람은 즐거운 것을 택하고 나쁜 것을 피하는 법이죠. 비겁한 사람과 용감한 사람 둘 다 고통을 피할 것입니다.
프 : 하지만 고통받을 것을 알고도 전투에 나아가는 이들도 있지 않소?
소 : 그것은 그들이 전투에서 당하게 될 고통보다 얻게 될 명성에 의한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겁한 사람과 무모한 사람은 전투를 피하는 순간의 즐거움보다 얻게 될 불명예에 의한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무지한 사람이 용기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용기도 앎이 필요합니다.
프 : 음, 그렇구만.
소 : 프로타고라스께서는 처음에는 ‘훌륭함’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하셨지만, 지금은 ‘훌륭함’이 ‘앎’이 아니라고 말하셔서 가르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훌륭함’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모든 ‘훌륭함’이 전적으로 ‘앎’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왜 처음과 다른 곳에 이르렀는지 제 자신의 온 생애를 이 문제로 분주하게 지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더할 수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고찰하고 싶군요.
프 : 소크라테스, 나는 그대의 열의와 논의 전개를 칭찬하오. 그리고 내가 다른 면에서도 나쁜 사람이 아니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질투심 또한 적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 그대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그대에 대해 아주 지극히 감탄한다고 그리고 그대와 동년배인 사람들 중에서도 그대에 대해 특히 그런다고 말했으니까요. 또한 그대가 지혜로 저명한 이들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내가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해 두오. 그리고 이것들에 대해서는, 그대가 원한다면,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합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보러 갈 시간이오.

B.C.432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아테네는 흥청거렸다. 페르시아 전쟁 이래 헬라스 동맹국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거둬들인 재물들과 사람들의 오만함이 어우러진 탓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늘어났고,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변론술을 가르쳐 주는 소피스테스들이 전성기를 누렸다. 프로타고라스는 그들 중 최고였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며 상대적 진리를 설파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 사이에서 외롭게 절대적 진리를 말하고 다녔다. 영혼은 불멸하기 때문에 살아서 잘 다스려야 죽어서도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적수로서 프로타고라스만한 사람은 없었다. 플라톤이 그들을 양쪽에 배치하자 드라마가 완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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