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뤼시스. 책.

뤼시스 - 10점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이제이북스

‘뤼시스’는 ‘필로스(친애)’, ‘에로스(사랑)’에 대한 대화편이다. 히포탈레스는 소년 뤼시스를 사랑하고 있다. 메넥세노스와 뤼시스는 친구 사이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사랑’에 대해서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처하는 소크라테스가 메넥세노스와 뤼시스에게 사랑과 우정에 관하여 묻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두 사람 중 누가 누구의 친구가 되는가? 사랑하는 자가 사랑받는 자의 친구가 되는가?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의 친구가 되는가? 별반 차이가 없는가?”

첫째,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의 친구인가?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를 미워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받는 자는 사랑하는 자에게 친구이지만, 사랑하는 자는 사랑받는 자에게 적이 된다. 적은 친구를 사랑하고, 친구는 적을 미워한다. 이 주장은 불합리하다.

둘째, 사랑하는 자가 사랑받는 자의 친구인가? 역시 사랑받는 자가 사랑하는 자를 미워하는 경우에, 사랑하는 자는 사랑받는 자에게 친구이지만, 사랑받는 자는 사랑하는 자에게 적이 된다. 친구는 적을 사랑하고, 적은 친구를 미워한다. 이 주장도 불합리하다.

셋째,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에게 친구인가? 나쁜 자는 모든 자에게 해를 입힌다. 해를 주는 자와 해를 당하는 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 훌륭한 자는 훌륭한 자에게 친구인가? 훌륭한 자는 스스로 충분하기 때문에 친구가 필요없으므로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다.

넷째, 비슷하지 않은 것이 비슷하지 않은 것에게 친구인가? 정의로운 것이 부정의로운 것에게, 절제하는 것이 제멋대로인 것에게 친구가 될 수 없듯이, 적대적인 것이 친구인 것에게 친구가 될 수도, 친구인 것이 적대적인 것에게 친구가 될 수도 없다. 

다섯째,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훌륭한 것의 친구인가? 훌륭한 것, 나쁜 것,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있다. 훌륭한 것끼리, 나쁜 것끼리,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끼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나쁜 것’ 때문에 ‘훌륭한 것’을 위해서 ‘훌륭한 것’을 친구로 가진다. 예를 들어, 몸(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은 병(나쁜 것) 때문에 건강(훌륭한 것)을 위해서 의술(훌륭한 것)을 친구로 가진다. 하지만 더이상 ‘훌륭한 것’을 위할 필요가 없는 가장 ‘첫째 친구’가 있다. 이 때문에 다섯째 주장도 기각된다. ‘첫째 친구’는 오직 ‘나쁜 것’ 때문에 친구가 된다. ‘나쁜 것’이 사라진다면 모든 친구는 사라질 것인가? 인간에게는 욕구가 있다. ‘나쁜’ 욕구가 사라지더라도 이로운 욕구와 이롭지도 나쁘지도 않은 욕구는 남는다.

여섯째, 가까운 것이 가까운 것에게 친구인가? 우리가 욕구하는 것들은 본래 우리에게 속했던 것들로서 잠시 빼앗긴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원한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까운 것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가까운 것이 비슷한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가정하자. 나쁜 것은 나쁜 것에게 가까운 것이며, 훌륭한 것은 훌륭한 것에게 가까운 것이며,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은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에게 가까운 것이다. 나쁜 것은 나쁜 것의 친구이고, 훌륭한 것은 훌륭한 것의 친구이며,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은 훌륭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의 친구이다. 이것은 셋째 논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기각될 수 밖에 없다.

해답을 찾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소크라테스가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하나 시간이 늦어 친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두 친구 뤼시스와 메넥세노스는 노예들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

‘뤼시스’는 짧지만 매력적이고 어렵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들을 소거해 나가면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필로스(친애)와 에로스(사랑)를 함께 다루고 있고 자주 맥락을 잊어버릴만큼 복잡한 논변은 어렵다. 그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명료하고 자세하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리가 감정과 유용성(이익)에 기반해 지속되기 어려운 일반 사람들 사이의 친애(‘에로스’가 포함됨)보다 품성에 기반해 한층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훌륭한 사람들 사이의 친애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은 서로 본받으면서 나날이 탁월해진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직접 해답을 말해주지만, 소크라테스는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깊은 수렁(aporia)에 빠뜨린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자만이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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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깨어있어라. : 플라톤(B.C.427~347). 2011-06-05 00:3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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