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룡 - 바우트-원. 책.

바우트-원 1 - 10점
장우룡 지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바우트-원 2 - 10점
장우룡 지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바우트-원’은 최초의 대한민국 전투기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에 비해 공군 전력이 미약했던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전투기 F-51 무스탕 10대를 지원받고, 미군의 지도 아래 10인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했다. 이 작품은 실화와 픽션을 오가며 그 시절 그 전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권은 대한민국 공군 곽경필 대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 발발 1달 후, 북한은 이미 서울을 점령한 상태였다. 30분에 불과한 비행 훈련을 무릅쓰고 비행에 나서야 할만큼 상황은 급박했다. 첫 출격은 성공적이었으나 두 번째 출격은 처참했다. 부족한 훈련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북한 출신 한국 공군 곽경필 대위는 그가 목격한 참상을 말했지만 그의 말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의 우세 속에 그의 말은 스파이의 기만으로 오인되었다. ‘바우트-원’  부대 내 분위기는 출신지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 속에 칼날 위를 걷는 듯 했다.

2권은 ‘바우트-원’ 미군 측 책임자 딘 E.헤스 소령(1917~   )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착으로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이란 문구를 자신의 무스탕기에 새긴 것으로 유명하다. 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당시 고아원을 오폭했던 기억 때문에 괴로워했던 개인사와 ‘바우트-원’ 미션에 참가하게 된 계기, 미션 수행 과정의 어려움 등을 그의 자서전 ‘배틀 힘(Battle Hymn)’을 참고로 하여 그리고 있다. 악천후 속 한국 공군 대신 무스탕기를 몰고 전쟁에 참가했던 모습과 때마침 이를 지원했던 미공군의 모습도 생생히 접할 수 있다.

3권 이후에서는 곽경필 대위가 한국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와 세 가지 갈등(미공군과 한국공군, 부대원간, 한국과 북한)이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우룡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뤘던 전작 ‘알라모’로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작가답게 그의 고증에 대한 노력은 이번에도 빛난다. 특히 무스탕을 비롯한 여러 기체와 미공군과 한국공군의 조종사복 등의 세부 묘사는 압권이다. 이 부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진 그 시절 우리 산하와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컬러 만화라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면이다.

책에 미군 전투기가 북한군을 폭격하는 장면이 있다. 미군들은 적을 섬멸한 후 죄책감보다는 통쾌함을 느낀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만화로 재현된 이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적의 죽음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동포의 죽음에 슬퍼해야 할지 지금까지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2차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많은 전쟁영화들에서 느꼈던 통쾌함과는 확실히 다른 감정이었다. 그것은 우리와 관계없는 전쟁이 아니라, 우리가 포함된 전쟁이었다.

플라톤은 같은 동족끼리 싸우는 것을 ‘내전’, 이민족끼리 싸우는 것을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내전’을 벌였다. 그동안 나는 한국전쟁이 같은 헬라스인인 아테네와 스파르타처럼 같은 한민족인 북한과 한국 사이의 ‘내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계열강(미국, 소련, 중국)이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싸운 ‘전쟁’이 더 옳은 정의일 것이다. 한국전쟁에서의 한반도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라기 보다는 두 제국의 사이에 끼어 참담한 비극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케르키라 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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