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리어왕(King Lear). 책.

리어왕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종구 옮김/문예출판사

<리어왕>은 죄의 백과사전이다. 오만, 거짓, 기만, 배신, 고문, 불륜, 질투 등이 작품 전반에 흘러넘친다. 1605년 41세의 셰익스피어는 고향 스트래트퍼드 및 그 부근의 토지를 거액에 구입할 만큼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가장 빛나던 시기에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집필했다.

기독교가 전파되기도 전 아득한 옛날,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었던 브리튼 섬. 노년의 리어왕은 자신의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딸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듣고 싶었다. 첫째딸 고너릴, 둘째딸 리건은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었지만 막내딸 코딜리어는 뻣뻣했다.

그녀는 지금은 자식의 도리만큼만 아버지를 사랑하고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에게 신경쓰느라 소홀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얘기했다. 분노한 리어왕은 두 딸에게만 왕국을 물려주고 코딜리어를 브리튼에서 추방했다.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서자 에드먼드는 적자 에드거가 아버지의 목숨을 노린다는 편지를 꾸며냈다. 백작은 에드먼드에게 고마워하며 그를 후계자로 삼았고, 에드거를 죽일 것을 공포했다. 에드거는 변장을 하고 도망다녔다.

리어왕은 고너릴과 첫째사위 올버니 공작의 성에서 함께 지냈다. 백 명이 넘는 기사들과 광대패들과 연일 사냥을 다니며 술판을 벌이는 아버지를 보다 못한 고너릴은 아버지를 쫓아냈다. 둘째딸 리건도 마찬가지였다. 쫓겨난 리어왕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광야를 헤매다 미쳐버렸다.

글로스터 백작은 리어왕을 가엽게 여겨 다른 저택으로 피신시켰다. 서자 에드먼드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리건과 콘월 공작에게 이를 알렸다. 글로스터 백작을 붙잡은 그들은 그의 눈을 뽑고 내쫓았다. 실상을 깨달은 글로스터는 자살을 기도했지만 에드거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아버지가 언니들에게 쫓겨났단 소식을 듣고 코딜리어는 남편인 프랑스왕을 설득해 군대와 함께 브리튼으로 건너왔다. 리어왕은 코딜리어에게 용서를 빌었다. 마침내 고너릴의 남편 올버니와 에드먼드의 연합군과 프랑스군이 맞붙었다. 프랑스군이 패배하고 코딜리어와 리어왕이 에드먼드에게 사로잡혔다. 에드먼드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코딜리어를 죽이라는 밀령을 내렸다.

에드거는 고너릴과 에드먼드의 불륜을 증명하는 편지를 올버니 공작에게 전했다. 에드먼드는 에드거에게 사로잡혀 처형당했다. 글로스터 백작은 울화를 이기지 못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에드먼드는 죽기 전 코딜리어를 죽이라는 밀령을 거두려 했지만 허사였다.

고너릴은 에드먼드를 좋아했던 동생 리건을 독살하고 자살했다. 코딜리어는 밀사에게 목졸려 죽었다. 그녀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던 리어왕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리어왕의 핏줄은 모두 사라졌다. 그들의 죄가 각자의 머리 위로 돌아갔다.

죄에는 알고 저지르는 죄와 모르고 저지르는 죄가 있다. 고너릴, 리건, 에드먼드는 모든 죄를 알고 저질렀다. 그들은 친족을 배신한 죄로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있을 것이다. 눈을 감지 못해 고이는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얼어버려 눈을 찌르는 고통을 영원히 감내하고 있을 것이다.

리어왕, 글로스터, 코딜리어는 모르고 죄를 저질렀다. 성공한 왕, 어리석은 아버지, 진실한 딸은 오만하게도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눈이 멀었고 죄를 지었다. 이들은 연옥에 있을 것이다. 목을 곧게 세우고 오만했던 죄를 회개하고자 등에 돌을 지고 땅을 보며 걷고 있을 것이다. 만약 운이 좋다면 단테처럼 천국으로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갈 길이 없어. 그러니 눈이 필요없어.
 눈이 보일 때는 넘어지기도 했지. 우리가 흔히 보는 사실이야.
 편리한 수단이 있으면 오히려 방심을 하지만, 없어지면 도리어 강해지지.” (리어왕, 4막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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