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푸스 - 예루살렘 포위. 메모.

굶주림이 여인의 인성을 갉아먹었고, 분노의 불길은 굶주림보다도 더 거세게 여인을 몰아세웠다. 분노와 필요에 몰린 여인은 자연에 어긋나는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젖먹이 아기를 붙잡고 여인은 외쳤다. "불쌍한 아가야. 전쟁과 기아로 가득찬 이 세상에 너를 살려둬서 뭘 하겠니? 로마군이 들어올 때까지 살아남는다 해도 노예가 될 수 밖에 없고, 어차피 노예가 되기도 전에 굶주림이 우리를 덮칠거다. 그리고 반도(叛徒)들은 로마군이나 굶주림보다도 더 잔인하구나. 자 아가야. 내 식량이 되거라. 그래서 반도들에게 분노의 복수가 되고, 유대인의 처참한 수난을 완결짓는 공포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남기거라" 

이렇게 말하며 여인을 아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불에 구워 절반을 먹은 다음 남은 절반을 안전한 곳에 감춰놓았다. 그러자 고기 구은 냄새를 맡은 반도들이 즉각 여인에게 몰려와 고기를 내놓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여인은 반도들 몫을 남겨 두었다고 말하면서 남아있는 아기 시체를 꺼내 보였다. 이것을 본 반도들은 공포와 경악에 질려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여인은 말했다. "내 손으로 구운 내 아기요. 자 드시오. 나도 벌써 먹었소. 여인보다 약한 시늉도 하지 말고 어미보다 어진 시늉도 하지 마시오. 그러나 당신들이 신앙심 때문에 인간 제물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면 내가 이미 먹은 것을 당신네 몫으로 치고 나머지도 내가 먹겠소." 이 말에 그들은 감히 먹으려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비실비실 물러났다. 

- 요세푸스(37-100?), 유대 전쟁사, 예루살렘 포위, 서기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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