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비효율성과 그리스 문제의 해법. 메모.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산업 경쟁력의 확보에 달려있지만,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관광업을 제외하면 변변한 산업이 없는 상태에서 유럽연합의 시장 확대는 그리스의 재정 적자를 높혔다. 국가 채무는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 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으로 연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지출 감소와 세금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대량 해고로 인한 대량 실업,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다. 복지 축소로 인한 생존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1997년 한국은 IMF 사태를 겪었다. 정부는 국민의 안위보다 국가의 위신을 걱정했다. 정부는 IMF의 요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했다. 국민들에게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고 펀드를 추천해 소비를 부추겼다.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금을 싼값에 내다 팔아 국가를 지원하고, 없는 돈을 끌어다 써 기업을 지원했다. 그 결과 경기 침체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 기업 채무가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채권국들의 지원과 양해는 거의 없었다.

그리스에서 구조 조정을 통한 재정 지출 감소, 세금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 노력은 재정 적자를 감소시킬 것이다. 하지만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는 GDP 감소를 가져와 재정 적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어떻게 경기를 회복 또는 유지할 것인가? 그리스 국민들도 자신이 가진 금을 싼값에 내다 팔아 국가를 지원하고, 없는 돈을 끌어다 써 기업을 지원할 것인가? 전자는 가능하겠지만, 후자는 불가능하다. 지원할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기업 경쟁력을 높일 방법도, 국민의 소비를 늘릴 방법도 없다. 최소한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 침체를 막아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리스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 자금 지원에 따른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국제 경제와의 관계를 끊고 자립 경제의 길을 걷는 것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혜롭게도 제3의 길을 택했다. 트로이카가 국채 50% 탕감과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 투표에 결정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정책의 방아쇠를 국민들에게 맡기겠다는 초유의 사태로 그리스 디폴트 선언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이후 총리는 발언을 번복해 트로이카의 조정안을 받아들였고 의회로부터 재신임받았다. 결과적으로 국채를 탕감받은 그리스 국민들은 당당한 반면, 오히려 국채를 탕감해 준 유럽연합 측이 한숨을 돌리는 격이 되었다.

그리스 국민은 국가와 기업의 채무가 국민의 채무로 바뀌는 것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저항해야 한다. 격렬한 시위를 통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트로이카가 이미 국채 50%의 탕감을 약속했지만, 오래 버틸 수록 더 많은 지원과 부채 탕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못받아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받아내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불평등 심화라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인위적으로 개선할 수 밖에 없다. 국가 산업의 비교 우위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무역수지의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연합 내의 채무 조정은 국가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은 일정 기간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채권국에도, 채무국에도 나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유럽연합이라는 시장을 해체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덧글

  • ... 2011/11/05 20:46 # 삭제 답글

    탕감 50%거의 확정된 후에 국민 투표 이야기 나온것 아닌가요?
  • 키튼 2011/11/05 21:49 #

    아, 그렇군요. 탕감 50%안이 나온 후 국민 투표 이야기가 나왔군요.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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