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티우스 - 형제. 책.

테렌티우스 희곡선 - 10점
테렌티우스 지음, 최현 옮김/범우사

미키오와 데메아는 형제지만 성격은 딴판이었다. 미키오는 도시에서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삶을 즐기며 살았지만 데메아는 시골에서 부지런하게 밭을 일구며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아들들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데메아는 홀로 늙어가는 형이 안타까워 장남 아에스키누스를 양자로 보냈다. 그는 차남 쿠테시포와 함께 살았다. 아에스키누스는 미키오의 자유분방한 교육 아래 응석받이로, 쿠테시포는 데메아의 엄격한 교육 아래 예의바른 청년으로 자랐다.

어느 날 아에스키누스는 노예 상인 산니오가 끌고 가던 여자 노예를 강제로 납치했다. 데메아는 형 미키오의 형편 없는 교육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다그쳤다. 미키오는 여유만만했다. 젊어서 열정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실 아에스키누스가 노예 상인에게서 납치한 여인은 가기(歌妓)였다. 동생 쿠테시포가 그녀를 좋아했지만 아버지 데메아 생각에 섣불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자 그가 대신 나섰던 것이다. 데메아는 뒤늦게 가기를 원한 사람이 아에스키누스가 아니라 자신이 가르친 쿠테시포라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데메아는 쿠테시포를 혼내러 갔다.

가기 납치 소식이 아에스키누스와 이미 결혼을 약속한 판피라의 엄마 소스트라타의 귀에도 들어갔다. 판피라는 그 때 아에스키누스의 아이를 낳느라 산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딸은 홀로 고생 중인데 사위 될 놈은 다른 여자를 납치해 놀아나고 있다니! 분개한 소스트라타는 친척 에기오, 노예 게타와 함께 따지러 갔다.

아에스키누스 집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아에스키누스의 노예 시루스가 따지러 온 사람들을 한사람씩 지혜롭게 처리했다. 노예 상인 산니오는 말싸움 끝에 가기를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 데메아는 쿠테시포가 이미 시골로 갔다는 시루스의 말을 믿고 되돌아갔다. 

소스트라타와 에기오, 게타는 데메아가 떠나기 전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데메아가 떠나자마자 미키오가 도착했다. 그들은 미키오에게 아에스키누스와 판피라의 이야기를 전했다. 미키오는 며느리 판피라 뿐만 아니라 손자까지 얻게 되었다는 소식에 기뻤다. 아버지의 꾸지람이 두려워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아에스키누스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미키오의 너그러운 일처리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데메아가 속은 것을 깨닫고 돌아와보니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그는 억울했다. 고생한 것은 자기인데 칭찬 듣고 존경받는 것은 미키오였다. 데메아는 미키오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기로 결심했다. 미키오에게 많은 것을 제안했다. 아에스키누스의 노예 시루스가 이 혼례에 공을 세웠기 때문에 자유롭게 풀어주고 재산까지 넉넉히 챙겨줄 것. 미키오와 소스트라타의 집을 나누던 벽을 허물고 한 집처럼 지낼 것. 게다가 미키오와 소스트라타가 사돈 관계에 머물 게 아니라 부부의 연을 맺을 것. 미키오는 모든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제 사람들은 미키오 뿐만 아니라 친절한 데메아도 좋아하게 되었다.

테렌티우스(B.C.195-159)는 카르타고에서 태어났다. 노예로서 로마에 팔려왔으나 주인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다. 아마도 포에니 전쟁 때 잡혀왔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지중해의 패권을 쟁취한 로마의 여유로움이 흘러넘친다. 정복 전쟁이 한창일 때는 엄격함이 요구되었으나 식민지를 다스릴 때는 여유로운 태도가 유리했다.

로마는 식민지들을 마치 형제처럼 대했다. 테렌티우스나 시루스처럼 노예들도 재능이 있으면 자유민이 될 수 있었다. 가기들도 로마인들과 결혼하면 로마 시민이 될 수 있었다. 로마는 식민지 시민들이 스스로 복종하도록 만들었다. 훗날 이 여유로움이 로마를 집어삼키지만 아직 그런 걱정을 할 때는 아니었다. 승리의 환희를 마음껏 누리면 되는 때였다. 아리스토파네스가 보여주던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더이상 작가의 몫이 아니었다. 하물며 카르타고에서 잡혀온 노예의 몫은 더더욱 아니었다.

* 고속버스를 탈 때 범우사 문고본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내용,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두께라는 세 가지 면에서 매력적이다. 이 책은 2001년 발행된 초판 1쇄로, 값은 2,800원. 오프라인 매장에 적립금 2000원이 있어 800원을 치르고 책을 받았다. 이번 선택도 빗나가지 않았다. 테렌티우스라는 희대의 구라꾼을 자판기 커피 가격에 만났으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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