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나.

혼자 공부하는 사람의 가장 큰 위험은 그의 수준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말해줄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그는 망망대해를 나침반 없이 홀로 항해하는 초보 선장과 다름 없다. 그는 자신이 아는 것이 다라고 믿고는 세상을 함부로 재단한다. 물론 공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 세상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절감하고 조금씩 겸손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 겸손이라는 것도 예전의 오만했던 스스로에 대한, 넓이를 절감한 그 세상에 대한,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지혜에 대한 겸손일 뿐 타인에 대한 겸손은 아니다.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특별하다는 자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에게는 잔인하리만치 거만하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헤엄치고 만족해하며 타인을 깔보는 것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그는 자신보다 유식하거나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피해 다닌다. 그는 자신보다 무지하다고 판단하는 사람 앞에서 잘난 체를 하거나 그들을 무안주기를 즐긴다. 이게 다 스승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이 안에서 다른 사람이 어느 정도의 공부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추상보다도 따끔한 질책이 되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빛이 되기도 할 것이다. 스승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발전도 더딜 뿐더러, 잘못된 길에 빠지기 쉽다. 그가 긴 항해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모래로 쌓아올린 자만이라는 높은 성 밖에 없다.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간 쌓아올렸다 해도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 금세 허물어질 모래성 말이다. 나는 스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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