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에우튀데모스. 책.

에우튀데모스 - 10점
플라톤 지음, 김주일 옮김/이제이북스

<에우튀데모스>는 소크라테스와 두 소피스테스들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프로타고라스와 논쟁하던 젊고 혈기넘치는 소크라테스도 이제 나이가 들어 원숙하고 여유로워졌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논리싸움이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을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재밌지만, 소크라테스가 전하고자 했던 더 큰 메시지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 

소크라테스의 부자친구 크리톤이 소크라테스가 논쟁하던 모습을 보고 연유를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미소년 클레이니아스와 그를 사랑하는 크테십포스와 함께 있었으며, 자칭 지혜의 소유자이자 스승을 자처하던 소피스테스 형제 디오뉘소도로스, 에우튀데모스와 논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소피스테스 특유의 말장난으로 끝까지 일관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의 논리전개의 허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때로 열받은 것처럼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그들과 논쟁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논리전개는 이러했다.
"클레이니아스, 배우는 사람들은 어느 쪽 사람들인가? 지혜로운 사람들인가 무지한 사람들인가?"

클레이니아스가 지혜로운 자가 배운다고 하자 에우튀데모스는 지혜로운 자는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할테고 알고 있는 사람은 배움이 필요없으니, 결국 무지한 자가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도 돌리기 전에 디오뉘소도로스가 클레이니아스에게 선생들이 가르치는 말 중에 모르는 글자가 있는지 묻고, 클레이니아스가 알고 있다고 하자 디오뉘소도로스는 그들을 알고 있으니 지혜로운 자이고, 결국 지혜로운 자가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클레이니아스를 가까스로 건져내 그들에게 클레이니아스를 지혜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부탁했다. 그들은 클레이니아스가 지금 무지한 상태에 있으므로 지혜로운 상태로 가는 것은 클레이니아스가 아닌 상태, 즉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허탈하지만 진지한 말꼬리잡기가 계속되고 결국 소크라테스가 그들의 고약한 능력을 인정하는 데서 논쟁은 끝이 난다.

이 재밌는 논쟁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메시지가 그 속에 감춰져 있다. 크테십포스가 소피스테스에게 배운 식으로 소피스테스들을 통쾌하게 논박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레이니아스가 아주 기뻐하며 웃었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나무랐다.
"클레이니아스, 왜 자네는 이렇게 진지하고 아름다운 일(것)들을 두고 웃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이 등에처럼 여길 만큼 꼬치꼬치 물으며 끝까지 진리를 추구했다. 그런 자세는 죽음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그에게 소중했다. 터무니없는 논리로 일관하는 쓸데없는 논쟁일지라도 진리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런 그에게 어린 클레이니아스의 자세는 그냥 보아넘길 수 없는 태도였다. 이런 자세는 대화편의 마지막에도 드러난다.

소크라테스가 크리톤에게 논쟁의 연유에 대해서 모두 전하자, 크리톤은 한 연설문 작성자-아마도 이소크라테스-가 논쟁을 지켜본 후에 "헛소리나 하고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것에 쓸데없는 공을 들이는" 말들로 폄하했다고 전했다. 소크라테스는 진지하게 철학이나 정치에 몸을 던지지 않고 바깥에서 품평이나 하는 것은 "위험과 경쟁의 밖에서 지혜의 결실"을 즐기는 비겁한 태도라고 말하며, 그들의 말은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보다 못하고 사실상 세 번째면서도 첫 번째인 것으로 보이려 애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 화내기보다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분별에 관련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말하고 용기있게 나서서 싸우며 공들이는 사람은 그게 누가 되었던 그 모든 사람을 아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에게 논쟁의 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모든 논쟁은 진리 탐구를 향한 과정이었으며, 그 과정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디오뉘소도로스, 에우튀데모스, 두 형제 소피스테스는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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