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원하는 대로. 메모.

"종달새들을 쫓아가는 아이들처럼 우리는 매번 잡으려던 그 앎을 즉시 잡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번번이 그것들이 날아올라서 달아나 버렸다네."(플라톤, 에우튀데모스 , 291b2-4)


"산 하나가 멀리 희미하게 나타났는데,
  어찌나 높이 솟았던지
  그런 산을 본 적이 없었소.

  우리는 기뻤소. 그러나 기쁨은 금방 통곡으로
  바뀌었다오. 그 낯선 땅에서 풍랑이 일어나
  뱃머리를 들이받았기 때문이오.

  풍랑은 우리 배를 바닷물과 함께 세 바퀴 돌게 했다오.
  네 바퀴째에 선미가 높이 솟아오르더니 뱃머리에서 떨어져,
  마침내 바다가 우리 위로 덮쳐 왔소.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대로였다오."
 
  (단테, 신곡, 박상진 역, 지옥편, 26곡 133-142)


"거리 때문인지 희미하게 보이는
  산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전혀 본 적이 없는 높다란 산이었지.
  
  우리는 기뻐했지만 이내 통곡으로
  변했으니, 그 낯선 땅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뱃머리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노라.

  배는 바닷물과 함께 세바퀴 맴돌았고
  네 번째에는 그분의 뜻대로, 이물이
  위로 들리고 고물이 아래로 처박혔으니,
  마침내 바다가 우리 위를 뒤덮었노라."

  (단테, 신곡, 김운찬 역, 지옥편, 26곡 133-142)


*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프리모 레비에게 죽을 타러 가는 동안 한 시간이 허락되었다. 신곡의 구절을 떠올리는 동안 그에게는 "날카로운 트럼펫 소리,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들과 모험에 나섰다 바다에 뒤덮힌 오뒷세우스처럼, 손에 닿을듯 진리에 다가가다 놓쳐버린 소크라테스처럼 잠시 진리에 머물렀던 그를 현실이라는 바다가 덮쳤다. 역시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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