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4 070503 남아공 케이프 타운(Cape Town) (4). 여행.



날 좋다.
어제 만난 한국분들은 새벽에 떠나서 인사도 못했다.
오늘은 뭘할까 하다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갇혀있었다는
로벤 아일랜드(Robben Island)를 가보기로 결정.
애늙은이 로벤이 자꾸만 떠오른다.

근처 카페에 가니 아침메뉴가 싸길래
들어갔더니 커피가 따로다.
신문은 카카의 방긋 웃는 얼굴로 장식되어 있다.

숙소가 더낫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먹고 있는데 먼저 들어와서 음식을 먹던
노부인이 종업원을 부르더니
음식이 맘에 안들어 돈을 내지 못하겠다 한다.

종업원이 뭐라하니 지배인하고 얘기하겠단다.
계속 옆에서 욕을 해대는데 기분이 안좋아져
대충 먹고 나왔다.

부두로 가는 도중
노예 교회 겸 박물관이 있길래,
공짠가 하고 두리번거리다
공짜길래 폴짝 들어갔다.
노예에 대한 전시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귀여운 아이가 방긋 웃고 있는
AIDS 반대 캠페인도 눈에 띈다.

까만 사람 가운데 하얀 사람 하나.
저 사람이 거느렸던 노예들인가 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노비제도가 떠올랐다.

노예무역을 통해 바다를 건너간
아프리카 흑인들은 2천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천만 명은 무사히 건너갔지만,
천만 명은 바다에서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갔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봉고버스(4랜드=5백원)를 타고
워터프론트로 가는데,
도중에 내려서 걸어가란다.
꽤 멀다.

이십 분 걸어서 부두에 도착.
내가 좋아하는 간판.

스윙 브리지와 클락 타워.
스윙 브리지는 배가 오고갈 때 옆으로 움직여 길을 만든다.
빨간 시계탑은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다고 한다. 잘모르겠다.

페리터미널에 왔더니 로벤 아일랜드 행 배는 아침에 떠난단다.
고로 오늘은 갈 수가 없으니 내일 오란다.
내일 새벽에 떠나므로 이번 여행은 아쉽게도 무산.

대신 내부에 있는 박물관만 구경한다.
방긋 웃는 만델라 대통령의 환한 미소가 멋지다.

헉, 근데 이건 누구냐.
젊었을 때 만델라.

무하마드 알리가 연상된다.

첫번째가 넬슨 만델라,
두번째가 남아공 현 음베키(Mbeki) 대통령.

'단지 고난, 희생, 군사적 행동을 통해서만,
자유는 쟁취될 수 있다.
그 투쟁이 나의 삶이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날까지
자유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젊었을 때의 분위기는
지금의 인자한 모습과는 다르다.
말콤 엑스의 무장투쟁이 떠오를 정도니.
수감생활이 사람의 독기를 누그러뜨린 것일까.
만델라를 석방하라.

박물관 주위에는 시푸드 레스토랑 천지다.

못먹어서 부은 만델라.

감옥에서 옷을 깁고 있는 만델라.
27 년동안 수감되었다 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엔 아직도
40 년이 넘는 장기수들도 많다.
한 인간의 사상을 국가가 주체가 되어 바꾼다는 생각.
국가에 맞서 자기의 사상을 지키는데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삶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만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관습적인 차별을 아예 법제화시킨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 시행.

차별에 맞서 일어난 저항은 무참히 진압된다.
샤퍼빌에서 경찰의 발포로 70명 이상이 죽었다.

1976년 6월 16일(내가 태어난 해이다.),
차별 정책에 맞서 일어난 소웨토 시위에서
13살 먹은 헥터 피터슨(Hector Petersen)이
경찰의 발포로 죽는다.

정의는 과연 승리하는가?
시간은 흘러 옷을 깁던
만델라는 석방되어 대통령이 되고,
새로운 '진실과 화해의 법'이 제정된다.
문제는 용서하려는 사람은 있으나,
사과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현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간만에 진지한 생각을 했더니
배가 고프다.
마트에 들러 바게트를 하나 시켰더니
내 팔뚝 두개만한 바게트를 만들어준다.
소세지와 감자칩이 밥 3공기만큼 들어간다.
반도 못먹고 저녁으로 남겨서 왔다.
근처 인터넷 카페에서 블로그 포스팅하고,
숙소로 돌아와

방긋 웃는 만델라가 새겨진
소파에 앉아 탱자탱자 놀다가
내일 아침 비행기에 대한 부담으로
일찍 잔다.

남아공의 금융산업과 관광사업(호텔, 호스텔, 투어 등등)에는
하얀 놈들 밖에 없다.
대신 그들 뒷치닥거리를 하는 청소부, 식당점원 등등은
까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득권.
이미 갖고있는 부와 권력.
기득권의 해결없는
기회의 평등은
뜬 구름잡기에 불과하다.

가해자의 사과없는
피해자의 용서의지는
그냥 코미디라 부르자.

비단 남아공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덧글

  • gagarin 2007/05/09 09:19 # 답글

    멋있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냄비근성, 노비근성때문에 망할 것이다 어른들은 그러지만 결국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이 사과없는 화해로 그 모습이 아예 똑같은 것 같다.
    우리가 더 나은 것도 더 못할 것도 없는데 근본부터가 한국인이라서 더 그렇다는 이상한 논리의 말을 듣고 있는 것도 그렇고...
    프랑스 에펠탑 앞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이탈리아 콜로세움에서 사진 한 장 찰칵, 그런 사진들보다 민철군이 보여주는 만델라 관련 사진들이 더 와 닿는 구나.

    정말 좋은 여행하는 민철, 나이쓰으~
  • keaton 2007/05/09 16:36 #

    오홀, 이제 시간이 나는구나.
    바쁜 일상 끝에 휴식이 정말 달콤한 법이지. 축하한다.

    단죄없는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여행이 벌써 끝이 보인다. ^^
  • 널너리 2007/05/09 10:0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우연찮게 님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어느덧.... 님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님을 통해 대리만족도 느끼는 것 같고.... 암튼 멋진 분이신 것 같습니다.
    여행중에 몸 조심하시구..( 건강이 최고죠 ^^:; )
    앞으로도 좋은 글과 사진 부탁드립니다.
  • keaton 2007/05/09 16:39 #

    힘나는 답글 감사합니다.
    끝까지 여행 같이 하시는 겁니다. ^^
  • knight604 2007/05/12 07:56 # 답글

    안녕하세요 ^^ 친구가 이 블로그 소개시켜줘서 자주 들려서 보는 학생인데 저도 요즘 들어 여행을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ㅠ.ㅠ 몸건강히 여행 마무리 잘지으시구요~ 멋있는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
  • keaton 2007/05/12 08:31 #

    반갑습니다. 인형의 기사님.
    여행은 훌쩍 떠나고 싶은 맘이 생길 때 떠나는게 최고죠.
    표 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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