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9 070227 이집트 카이로(Cairo). 여행.

자동차 경적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빵빵 빠빠빠 빠바바바 빠바~
이런 리듬은 아니지만
경적 울리기는 이집트인이 즐기는 취미 중의 하나인가 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났다.
공짜 아침을 먹는데 대만여인네들 먼저 내려와서 먹고 있다.
으늘 같이 박물관 구경하기로 했다.

카이로 시내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게임.
바로 횡단보도 건너기.
이건 건너는 사람이나, 운전하는 사람이나 밀려선 안되는 치킨 게임이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그냥 없느니만 못하고,
육교는 왜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건널 때마다 머릿털이 쭈뼛 선다.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타러 가는 중.
지하철표는 우리나라와 똑같은 시스템이다.

이집트 박물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박물관은 처음이다.
정말 세계사람들이 다 모인 느낌이다.

입장료 50파운드(9천원).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물이다.

2층에 있는 투탄카멘을 먼저 보러갔다.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투탄카멘의 데드마스크.
18살에 죽은 어린 파라오는 가장 잘 보존된 탓에,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으며,
그 덕에 죽어서도 편안한 쉼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 유명한 파라오의 저주는 모두다 알고 있는 바다.

그 외 신기한 궁금증 몇가지.
사람머리에 날개를 달고 코브라꼬리를 가진 조각.
대부분의 조각들은 사람머리에 날개만 가지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새와 뱀을 숭배했는데 왜 그랬을까?

새는 하늘 높이 이상을 표현하니 이해가 되지만,
뱀은 왜 그럴까.
궁금해하고 있던 차 메이 요(대만여인)가
"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꺼에요."
음. 그럴듯하다.

저 사람머리에 날개를 가진 조각은 천사로 차용되었다면,
뱀은 왜 유대교에서 악마를 상징하게 되었을까.
이거 엄청 궁금하다.

딱정벌레 모양의 조각도 많이 보인다.
비틀즈는 이걸 보고 이름을 딴걸까.

또 한가지.
십자가의 등장은 신약에서 부터인가.
아니면 구약에서도 십자가는 성스럽게 여겨졌는가.

파라오의 석상이 그리스에서 본 쿠로스 석상과
비슷한 포즈(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를 취하고 있는데서
양 문화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점심 때 KFC 가서 치킨 좀 뜯다가,
다시 박물관으로 입장.
오후에는 로얄 미이라 룸을 보러 갔다.

람세스 2세를 포함한 왕들의 미이라와
왕비, 왕자의 미이라가 포함되어 있다.
머리카락과 치열, 손톱, 발톱을 아직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람세스 2세는 고령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빠진 이빨과 관절염의 흔적이 엿보인다.
왕가의 미이라는 양팔을 교차하고 있다.

다 보고나니,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영화는 한순간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모두 죽게 마련이다.
거대한 무덤 안에서 편안하게 내세를 누리려던
그들의 계획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어서도 구경거리가 되어 편히 쉬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숨겼지만 숨겨지지 않았다.

1층에서 로마의 영향이 발견되어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만나는 얘기가 생각나
영어로 얘기하고 있는데,
오호~ 갑자기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만나는 그림이 떡하니 나타난다.
신기할 따름이다.

다보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졌다.

여기에서 짐검사를 한다.

딱정벌레.

단체사진 촬영.

캐논의 흔들림은 용서할 수 없다.

박물관을 보고 나오니 여인네들끼리 수근수근한다.
자기들이 이집트 투어를 했는데 여행사에 속았단다.
빠른 페리로 예약해준다면서 사실은 느린 페리를 예약했단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더 물어야했단다.

같이 여행사로 갔다.
가서 나야 자세한 내용을 모르니 들으면서, 주시하면서,
이것저것 수첩에 옮겨적기만 했다.

처음에는 발뺌을 하던 당사자가,
매니저 앞에 가자 결국에는 시인을 하고,
추가 지불한 돈을 돌려준다.
한 것도 없지만 괜히 뿌듯하다.
나도 열을 좀 받았는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오는 길에 클레오파트라 호텔 발견.
그러고보니 박물관에 클레오파트라 관련한 유물이 없었다.

여인네들과 헤어져 혼자서 밤거리를 헤맨다.
이집트 극장에서는 독특하게 이집트 영화만 걸려있다.
똑같은 배우가 자주 보인다.
페리 안에서도 이집트 영화를 봤는데,
이거 좀 허무맹랑한게
홍콩 코미디 영화 비슷하다.

시장 구경도 하면서,
내려오다가 과일을 좀 사려고 하는데,
주인이 가격을 자꾸 속인다.

오늘 아랍어로 숫자 읽는 법을 배운지라
가격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항의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난다.

사실은 1.5파운드인데, 주인이 4파운드를 챙기고
거스름돈을 안준다라고 얘기했더니
다짜고짜 이 주인을 때린다.

그제서야 주인은 잔돈을 거슬러주고,
나는 그 자리를 황급히 빠져나왔다.
정말 ㄷㄷㄷ

세탁비 절약용 스프레이.
숙소에 오니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창 진행중이다.
감독상이 발표되는 순간이다.
두구두구~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1956년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실제로 수상을 한 건 50년이 지나서다.
정말 기나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관중들도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내고,
감독 자신도 흥분된 어조로 기나긴 수상소감을 밝힌다.
감동이다.

대부분의 거장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의 시간을
묵묵히 감내해내었던 것이다.

덧글

  • 기쁜마음 2007/04/25 19:54 # 답글

    뱀은 다산과 농업의 상징이지요. 농경국가인 이집트에서 뱀이 중요한 상징인것은 당연합니다. 유대인들은 원래 유목민 출신이라 농경민들과는 사이가 안좋지요. 그래서 구약에서 뱀이 나쁘게 묘사되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 젤라씨 2010/06/11 02:17 # 삭제 답글

    한국의 이집트 문명전에 비하면 본토 박물관의 볼거리는 정말 어마어마하겠죠??
    사기꾼 상인을 막 때리는 경찰은 정말..;;;;;; 무서운 곳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좀 안전한 곳인가요? ^^;;.
  • 키튼 2010/06/11 20:17 #

    원체 이집트야 유물이 넘쳐나니까요. 볼거리는 많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오전에 가서 어둑해질때 나왔는데 시간도, 체력도 벅찼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얘기 많이 들으셨겠지만, 이집트 여행은 좀 거칩니다.
    무질서한 도로사정과 계속되는 네고에이션 과정들이요.
    그것들만 감안한다면, 그렇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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