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1 061231 스페인 마드리드. 여행.



이제 정말 유럽으로 가는구나.
비몽사몽 간에 탑승을 마치고

거의 부동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9시간의 비행이 끝났다.
비행 내내 집에 전화를 드려야되는데 이 생각만 가득했다.
근데 걸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움만 더할 수 밖에.

비행기에서 내리는 도중 한국에서의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나도 같이 세었다.
열, 아홉, 여덟, 일곱... 둘, 하나, 해피 뉴이어~
혼자서 조그맣게 되뇌었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 모르는 모든 사람들
새해도 멋진 한해 되시길.

스페인은 공항의 디자인부터 세련됨으로 한국 촌놈의 기를 누르고 있다.

후아~

저 아낌없는 색사용은 예술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 국민은 따로 입국 심사를 받는다.

가뿐하고 입국 도장을 받고

짐찾으러 지하철을 타고 이동.

근데 공항이 웅성웅성 거린다.
한 일본 여성이 지나가더니 나보고 일본인이냔다.
"아니. 한국사람이야." 한없이 부드럽게 말했다.
"아, 그래요, 지금 밖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데요.
그래서 출구가 봉쇄됐어요.
친구가 밖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 출구가 어딘가 있겠죠."


아무튼 불안감에 휩싸여 짐을 찾고

돈도 찾고
(지금 내 지갑 안에는 5개국의 지폐가 들어있다.
파라과이 과라니, 아르헨티안 페소, 브라질 헤알, 미국 달러, 유로화까지.
휴일이라 환전에 실패한 결과다.)

경찰이 쫙 깔린걸 보니 폭탄 테러가 있긴 있나 보다 하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으윽~ 이건 뭐란 말인가.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거의 건물 한채가 다 무너졌다.
인명 피해는 심할까.

음..



처참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승객들과

바깥 풍경을 번갈아 보니

아~ 이게 테러라는 것이구나라는 기분이 들며 섬뜩하다.
테러의 대상은 나도, 당신도, 누구나 될 수 있다.

듣기론 바스크 독립주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확실한 내막은 모르겠다.
프랑코 총통에 의해 악랄하게 박해를 당한 바스크 지방의 내력도 이해하지만,
테러에 대해서는 쉽게 찬성할 수가 없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는 뭣도 모르고
투쟁의 한 수단이 아니나며 마음 속으론 찬성했지만,
막상 여기서 보니 이건 좀 다르다.

무차별적 테러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당화 되기엔 무리수가 많다.
그 쪽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말이다.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지만원씨가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김구 선생이 했던 것은
무차별적 테러가 아니라 특정한 적의 우두머리에게 가했던 독립 투쟁이다.
이것이 테러리스트와 독립투사의 차이다.

아직도 연기가 난다. 후우~

터미널 간을 연결하는 버스.

제2터미널에 지하철이 있다.
지하철 1회에 1유로(1,500원).

지하철을 타고,

예약한 숙소로 이동중.
마드리드 주민들은 조용하다.

색 조화가 참 좋다.

파스텔톤으로 눈이 피로하지 않다.

드디어 안톤 마르틴 역 도착.

흠~ 차가운 바람이 나를 반긴다.
그래, 이제 유럽이구나.
더울 때는 땀 닦느라 정신이 없는데,
추우니 정신이 번쩍나는게 좋다.

매캐한 낙엽 냄새가 차가운 바람에 날려온다.

카니자레스 거리에

숙소가 있다. Cat's Hostel.
18세기에 지어진 궁전을 호스텔로 사용하고 있다.

분위기 있다.
한국은 새해지만 여기는 아직 2006년이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GMT+1 한국보다는 8시간 느리고, 브라질보다는 3시간 빠르다.

트리와 동상과 시민들로 가득한 솔 광장(Plaza del Sol).

아직까진 조용한 가운데 사람들이 속속 모이고 있다.

프라다 궁전이란다. 내일 구경해야겠다.

여기 옆에 코르테스 광장이 있다.
코르테스가 누군가.
바로 멕시코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장본인 아닌가.

멕시코에선 식민 제국주의자이지만,
이토 히로부미 같이 그는 조국 스페인에선 영웅인 것이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한해동안 고생했다. 박민철.
2007년도 잘해보자.

소설 '바람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거리.

이제 새해까지 30분 남았다.

저마다 머리와 얼굴에는 분장을 하고, 손에는 샴페인잔을 든채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은 호텔에서 여유롭게 본다.

아악, 밀지마. 사진과 함성이 가득한 가운데,

새해가 밝았다. 해피 뉴이어. 주변 사람들 난리다. 연인들끼린 키스하고,
친구, 친지들끼리는 포옹하고,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새해를 축하한다.

불꽃놀이와 함께



이렇게 새해가 밝았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도
흥분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한해가 되길
소박하게 기원해본다.

덧글

  • 2007/01/01 22:00 # 답글

    스페인에서는 새해가 넘어가는날 포도알을 삼키는 풍습이 있다던데 그건 안하셨어요? ^-^
    (책에서 읽었는데, 쓰고보니 그게 크리스마스인지 새해인지 헷갈리네요. ㅋ)
  • keaton 2007/01/02 03:33 #

    포도알은 커녕 씨알도 구경도 못했네요. 영 물가가 비싸서 빵쪼가리가 금쪼가리네요.
    벱님도 멋진 새해가 되시와요 ^^
  • oscar 2007/01/01 22:13 # 답글

    드뎌 유럽이네요~~저두 유럽가구파영~~
    2007년 한해 복 많이 받으시고~건강하세요^^
  • keaton 2007/01/02 03:35 #

    오스카님도 유럽 꼭 가시길.
    비행기값 얼마 안해요~ 새복 ^^
  • alex 2007/01/02 08:31 #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 keaton 2007/01/02 19:43 #

    알렉스님도 멋진 한해 되시길 빕니다.
    건강하세요 ^^
  • 늘보 2007/01/02 10:11 # 삭제 답글

    ^ . ^
  • keaton 2007/01/02 19:41 #

    ^ . ^
  • me2kbosa 2007/01/02 15:13 # 답글

    비행9시간이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을 바꿔놨네요 ^^
    테러가 있었다고 여기 뉴스에서 방송 되었는데...실제 사진을 보니...^^:
    늘 몸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keaton 2007/01/02 19:40 #

    진짜 ㄷㄷㄷ, 테러 겁나네요.
    보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 주정훈 2007/01/02 16:45 # 답글

    빨리 새로운것 올리줘~
    보고 싶단 말야~
  • keaton 2007/01/02 19:39 #

    좀만 기다리라~
  • 주정훈 2007/01/02 19:53 # 답글

    지금 니 내보고 "좀만"이라고 했나?
    죽을라꼬...ㅎㅎㅎ
  • keaton 2007/01/02 20:17 #

    조금만 기다리라~ㅋㅋ
  • 요정 2007/01/02 23:14 # 답글

    -마저.. 테러있다고 했는데 조심하세요 ㅠ.ㅠ
    -호스텔 이뿌다~~~
    -똘레도같은 근교 갈때는 버스+지하철 하루 통합권이 있으니깐 그거 사세용 ㅎㅎ
    -아베 탈 일 있으면 인터넷에서 예약하구~!! (내 블록 참고 ㅋㅋㅋ)
    -museo del jamon 싸염. 하몽들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샌드위치같이 만들어서 팜.
    -음식 비싸니깐 꼬르떼 잉글래스 같은 백화점 식품매장 가서 싼 가격에 식품들 사서 쟁겨놔도 좋고~
    -아침으로 츄로스+핫초코 많이 먹는대요. 먹어보고싶었는데 ㄱ- 쵸리사마가 먹어보구 맛 알려줘요 ㅋㅋ
    -까사 데 깜포(왕궁 뒤에 있는 공원)는 절대 가지마세요. 볼거 하나도 없어 ㄱ-
  • keaton 2007/01/03 04:58 #

    정보가 너무 많다. 머리에 김난다.
    그냥 먹던거 먹어야겠다. 푸릎^^
  • bicycle 2007/01/02 22:25 # 답글

    이야.. 공항 사진보니 감회가 새롭다!
    스페인 여행이 내가 혼자 떠난 최초의 ‘장’거리 여행이었기에..ㅋㅋ
    마드리드 공항에서 내려서 바짝 긴장했던 기억밖에 안나..
    그래서 저런 모습들이 눈에 뵈지도 않았죠. 짐못찾음 어쩌나.. 숙소는 찾을 수 있을까.. 등등등
    게다가 뱅기서 만났던 한 교포청년이 스펜말 못한다니까 어찌나 걱정해주면서 겁을 팍팍 주시던지.. 흐~
    (반면, 이제는 여행이 일상이 되버린 여유있는 저 모습.. 부러워요~^^)
    그래도 저 색깔들이 참 세련되고 신선했다는 것에는 동감!
    그러나 T1T2T3.. 첨에 어디가 어딘지 무진장 헥갈렸으~ 흐흐흐..
    (아는데 나왔다고 말 길어지시고.. 므흣~)
  • keaton 2007/01/03 05:00 #

    나도 홍콩 가서 어리버리 그자체, 미국도 마찬가지. 아 다시 떨리네.
    코스타리카에서도 스페인말 하나도 못해서 밥도 쫄쫄 굶고 아아~
    지금은 그냥 다 그러려니 하는데 아프리카는 살짝 걱정되네. 후우~
  • bicycle 2007/01/02 22:35 # 답글

    그런데 마드리드 보단 얼릉 남쪽으로 가시죠.
    마드리드는 다른 유럽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여요.
    남쪽으로 가서 스페인의 진면목을 여유있게 보시길 바래요.^^
    그리고 남쪽은 물가가 마드리드보다 훨~ 싸요.^^
  • keaton 2007/01/03 05:03 #

    비싸면 아예 안쓰게 되서 결국 나중에 보면 비슷하네.
    따뜻한 남쪽 나라보다 동토의 북쪽이 좋데도 그러네. 푸훗 ^^
  • sungkwanh 2007/01/03 18:26 # 답글

    살이 좀 빠져서 보기 좋네. 무사히 건강하고, 올해 니 인생의 새 장이 열리길 빈다. 도전해라.
  • keaton 2007/01/04 06:29 #

    성관아, 잘사나. 행복하고 건강한 한해 되기를.
    도전하자.
  • 까만나라만만세~! 2007/01/11 12:48 # 답글

    레알마드리드가 이 마드리드구나...
    늦었지만 새해복마니바꼬... 유럽입성 추카하고..
    얼굴색은 인자 나랑 삐까삐까 하게꾼 ...

    테러소식은 모르고 있었네... 늘 조심~!
  • keaton 2007/01/16 23:53 #

    그러게요. 이기 그깁니다.
    행님도 복마이 받으세요.
    촌놈 출세했네요. 진짜로 ^^
  • 코르크 2007/01/17 10:32 # 답글

    2006년 마무리가 시원하네요.
    2007년 시작은 브라보 유어 라이프!
  • keaton 2007/01/20 13:04 #

    올해도 역시 멋지게. 내년도 역시 멋지게.
    멋지게 사는거야. 브라보!!
  • gagarin 2007/01/19 02:17 # 답글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물론 우리만의 진짜 새해가오면 또 인사하지~ ^ ^
  • keaton 2007/01/20 13:05 #

    니도 새해 복마이 받아라.
    올해도 멋진 한해가 될것이다. 틀림없이 ^^
  • itchyfoot12 2007/02/27 21:02 # 답글

    여행기 잘 보았어요.
    작년 년말에 스페인을 저도 다녀 왔습니다.
    다른 사진들은 다 있는데 이날 디카가 방전돼서
    사진 촬영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마드리드사진이 없는관계로 소중한 사진 몇장 델구 갈게요.
    다른용도로는 사용 하지 않고 제 블로그에 몇장 올릴겁니다.
    출처는 밝힐거고요.
    만약에 원치 않으시면 메시지 남겨 주세요
    땡큐베리 가~~~~~~~~ 암쏴 *^^*
  • keaton 2007/03/03 04:59 #

    아, 네네, 얼마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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